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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한국영화

한국 영화 「쌀」과 「또순이」를 통해 본 근대 여성의 주체 형성과 생존의 윤리

by join-love 2025. 4. 19.

1. 서론 — 밥을 짓는 여자, 그리고 맞서 싸우는 여자 /

1960년대 초 한국 사회는 전쟁의 폐허 위에서 다시 삶을 일구어야 했고, 그 복원의 현장에는 늘 여성이 있었다. 그러나 스크린 속 여성은 때론 ‘밥을 짓는’ 존재로, 또 때론 ‘모두를 대신해 울고 싸우는’ 존재로 형상화됐다.
영화 **「쌀」(1963)**과 **「또순이」(1963)**는 한국 근대 여성의 삶과 주체 형성 과정을 다룬 대표적 작품이다.
이 두 영화는 당시 여성들이 마주한 현실—가난, 가족, 도덕, 성 역할—을 바탕으로, 스스로 선택하고 버티며 주체가 되어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단순한 희생의 서사를 넘어, 어떻게 여성들이 욕망을 보류하면서도 주체로 남을 수 있었는지, 그 질문이 이 글의 시작이다.

(meta description)
1960년대 한국 영화 「쌀」과 「또순이」를 통해 근대 여성의 주체 형성과 생존 전략을 분석한다. 여성은 어떻게 주체가 되었는가?

 

2. 밥을 짓는다는 것의 정치성 — 「쌀」(1963)의 안 여인

한국 영화 「쌀」과 「또순이」를 통해 본 근대 여성의 주체 형성과 생존의 윤리

영화 「쌀」은 전쟁 후 몰락한 지주 가문에서 며느리 ‘안 여인’이 집안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쌀’을 구하려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밥을 짓는’ 일은 단순한 가사 노동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그 행위를 생존의 중심으로 위치시킨다.
안 여인은 음식을 통해 가문을 지키고, 노동을 통해 가족을 연결하며, 자존심을 버리고 협상하며 스스로의 존엄을 세운다.

이 여성은 전통적 역할에 순응하는 듯하지만, 실은 사회적 질서와 남성중심적 권력 구조에 가장 근접해 있는 ‘전략가’다.
쌀을 지키는 것은 결국 ‘삶’을 지키는 것이고, 그녀가 만든 밥상은 곧 가족과 공동체를 움직이는 상징이 된다.
그녀는 침묵하지만, 침묵 속에서 움직이고 결정하며, **‘보이지 않는 주체성’**을 획득한다.

 주요 키워드
한국 영화 쌀, 안 여인, 여성 노동, 가족 경제, 근대 여성 주체성, 밥 짓는 여성

3. 가난과 분노의 얼굴 — 「또순이」(1963) 속의 분투

반면 「또순이」는 완전히 다른 여성상을 제시한다.
또순이는 도시 하층민으로, 자존심 하나로 세상과 맞서 싸우는 여성을 상징한다.
그녀는 언어를 숨기지 않고, 감정을 드러내며, 불의한 상황에서는 주저 없이 고함을 친다.
가난을 숙명처럼 받아들이지 않고, 그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존재다.

또순이의 분노는 단순한 감정 폭발이 아니다.
그것은 당대 사회 구조 속에서 여성들이 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저항 언어였고, 그녀의 목소리는 곧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그녀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때로는 거짓을 말하고, 때로는 절박한 선택을 한다.
이런 선택들은 ‘순결한 여성’이라는 사회적 틀과는 충돌하지만, 오히려 그녀의 주체성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동한다.

 주요 키워드
또순이, 분노하는 여성, 1960년대 한국 영화, 저항하는 여성, 도시 하층민, 여성의 목소리

4. 침묵과 외침 사이 — 여성 주체성의 두 얼굴

「쌀」과 「또순이」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안 여인은 침묵 속에서 움직이는 여성이고, 또순이는 외침 속에서 자리를 차지하는 여성이다.
이 두 여성은 한국 근대 영화가 구현한 서로 다른 주체 형성의 양상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두 방식 모두 **주체가 되기 위한 ‘전략’**이라는 점이다.
안 여인은 전통과 가족 안에서 권력을 행사하며, 또순이는 사회 밖에서 감정을 무기로 삼는다.
이들은 모두 시스템의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싸우는 여성들이다.

한국 영화사에서 여성은 종종 희생자 혹은 수동적인 존재로만 재현되었지만, 이 두 작품은 그런 틀을 벗어난 몇 안 되는 예외다.
특히 당시 사회적 조건—전쟁, 산업화 초기, 가난—속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자기 방식으로 살아냈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주요 키워드
근대 여성 주체성, 여성 캐릭터 분석, 침묵과 외침, 영화와 젠더, 1960년대 한국 사회

5. 결론 — ‘쌀’과 ‘또순이’는 여전히 살아 있다

6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쌀을 지키는 여성’과 ‘또순이처럼 고함치는 여성’ 사이를 오가고 있다.
당대 영화 속 여성들은 단순히 한 시대의 캐릭터가 아니라, 한국 여성의 집단적 기억과 정체성의 일부다.
그녀들은 꿈꾸는 동시에 짐을 졌고, 침묵하면서도 외쳤으며, 사라지는 것 같지만 끝내 주체로 남았다.

「쌀」과 「또순이」는 그런 여성들의 다층적인 얼굴을 담은 영화이며, 한국 영화사에서 여성 주체 형성에 대한 가장 생생한 기록 중 하나다.
이제 우리는 그 영화들을 단지 과거의 작품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질문해야 한다.
여성은 어떻게 주체가 되었는가? 그리고 오늘날의 또순이는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