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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한국영화

「지옥화」 속 여성과 또순이의 비교 분석: 한국 근대 영화 속 이상형과 미움받는 여성의 이중 구조

by join-love 2025. 4. 19.

목차

1. 서론 — 이상적인 여성 vs 미움받는 여성, 그 모순된 얼굴

2. 「지옥화」의 여성: 침묵하는 이상형의 조건

3. 「또순이」의 여성: 감정을 말한 ‘미움받는 형’

4. 이상형과 미움받는 형 사이의 사회적 시선

 

1. 서론 — 이상적인 여성 vs 미움받는 여성, 그 모순된 얼굴

1950~60년대 한국 근대 영화는 여성 캐릭터를 단순히 한 인물로 그리지 않았다.
그녀들은 언제나 사회의 이상과 불안을 투사받는 존재였고,
어떤 경우에는 찬양받았고, 어떤 경우에는 배척당했다.
특히 영화 「지옥화」(1958)의 여성과 「또순이」(1963)의 주인공은
이 두 극단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한 명은 몸을 팔았지만 조용히 희생하는 여성이었고,
한 명은 자기 감정을 그대로 말하며 세상과 싸운 여성이었다.
전자는 안타깝게 그려졌고, 후자는 거칠고 불편한 존재로 소비되었다.
이 글은 이 두 인물을 비교함으로써,
한국 근대 영화가 여성에게 투영한 이상형과 미움의 구조를 분석하고자 한다.

(meta description)
한국 근대 영화 「지옥화」와 「또순이」 속 여성 캐릭터를 비교 분석하며,
이상형과 미움받는 여성상이라는 이중적 시선을 조명한다.


2. 「지옥화」의 여성: 침묵하는 이상형의 조건

영화 「지옥화」에서 최은희가 연기한 여성은 기지촌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녀는 성을 팔지만, 이유는 오직 가족의 생계를 위한 것이고,
영화는 그녀의 행동에 도덕적 비난보다 동정과 연민을 덧씌운다.

그녀는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감정을 억제하며, 울음도 참으며, 묵묵히 일상을 견디는 캐릭터다.
이러한 캐릭터 설정은 당시 사회가 요구한 이상적인 여성상과 일치한다.
즉, 수치스러운 상황에 놓이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조용히 희생하는 존재다.

이런 여성은 남성 주인공 혹은 관객으로부터 미화된 동정을 받는다.
문제는, 그 동정이 여성 주체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
‘조용하게 존재할 때에만 보호해주겠다’는 조건부 수용이라는 점이다.


3. 「또순이」의 여성: 감정을 말한 ‘미움받는 형’

반면, 영화 「또순이」는 전혀 다른 여성상을 제시한다.
또순이는 가난하고, 거칠고, 때때로 말도 함부로 한다.
그녀는 세상에 화를 내며, 사랑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삶의 구질구질한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인물이다.

이런 캐릭터는 관객에게 불편함을 준다.
그녀는 너무 많이 말하고, 너무 많이 요구하며,
‘예의’와 ‘정숙’의 틀에서 벗어난다.
그래서 한국 영화사에서 또순이와 같은 캐릭터는 주류의 이상형에서 벗어난 인물,
즉 **‘미움받는 여성상’**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또순이는 살아남는다.
그녀는 자기 힘으로 삶을 뚫고 나가며,
타인의 구원이 아닌 자기 선택의 힘으로 존재를 증명한다.


「지옥화」 속 여성과 또순이의 비교 분석: 한국 근대 영화 속 이상형과 미움받는 여성의 이중 구조

4. 이상형과 미움받는 형 사이의 사회적 시선

이 두 캐릭터는 모두 가난하고, 사랑에 목말라 있으며,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 한 명은 조용하고 희생적이기 때문에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남고,
다른 한 명은 적극적이고 감정적이기 때문에
‘감당하기 힘든 여성’으로 치부된다.

이 구도는 단순한 영화적 연출이 아니라,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이중잣대의 반영이다.
‘말하지 말 것’, ‘눈물은 조용히 흘릴 것’, ‘감정은 드러내지 말 것’.
이런 규범을 지킨 여성만이 이상적으로 보호받는다.
하지만 그 규범을 깨는 순간, 여성은 더 이상 ‘귀엽고 슬픈 존재’가 아닌
‘버릇없고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이것이 한국 근대 영화 속 여성 캐릭터에 대한 감정 코드의 이중 구조다.


5. 결론 — 이상형은 허상이었고, 미움은 진실을 말한다

「지옥화」와 「또순이」는 결국 같은 질문을 던진다.
“여성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가?”
하나는 조용한 절망으로,
하나는 시끄러운 분노로 답했다.

그리고 한국 사회는 조용한 쪽을 이상형으로 삼고,
시끄러운 쪽을 미움의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오늘날 다시 돌아보면,
더 진실에 가까운 쪽은 오히려 또순이였다.
왜냐하면 그녀는 사회의 틀 안에서 침묵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감정을 말하며, 삶을 쟁취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상형은 사회가 만든 허상이었고,
미움받은 캐릭터는 현실의 여성들과 가장 가까운 존재였다.
그 진실을 이제 우리는 영화 속 여성들을 통해
다시 말하고, 다시 써야 할 시점에 와 있다.